쨍한 여름날 오히려 감상적이 될 때가 있다. 한국의 여름은 습도가 높아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몸과 마음을 리프레싱해줄 알콜음료가 필요해진다. 깔끔한 화이트 와인 혹은 청량한 하이볼 같은 음료들 말이다.
한국에서의 주류 접근성에 비해 불행히도 주류 선택권은 다양하지 않다. 주류를 취급하는 카페나 늦은 오후부터 가볍게 들어갈 수 있는 캐주얼한 펍 같은 곳이 드물고, 그나마 맥주와 소주 정도 뿐이다. 아예 누군가를 불러내 이른 술판을 벌일까 하다가, 쌓여있는 일감을 생각하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최근 편의점에서 와인 라인을 강화하면서 동네 편의점에도 300ml 정도의 미니 사이즈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그거라도 먹을까 하다가 그보다 시원한 게 마시고 싶어서 냉장고를 살펴보니 "톡소다"라는 제품이 있었다. 가향 소주 제품들과 같은 칸에 있어서 소주인 줄 알았는데, 제품 라벨에 "스페인 와인이 톡"이라는 설명이 쓰여있다. 병의 윗부분에는 "트로피컬 스파클링"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캐주얼한 스파클링 와인 컨셉인 모양이다. 가격은 1500원대. 어차피 편의점에서 뭘 먹어도 크게 만족스럽진 않을 것 같아서 저렴한 톡소다를 집어왔다.
알콜도수는 5도. 와인치고는 낮은 편이다. 애초에 와인이라기보다는 와인 음료수라고 하는 편이 맞겠지만 말이다. 파인애플, 패션후르츠, 블러디오렌지 향이 첨가되어 있다.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일회용 와인잔에 따라 봤다. 따자마자 인위적으로 주입한 느낌이 강한 탄산이 올라온다. 맛은... 뭐 그냥 상상한 그 맛이다. 과일향 첨가 탄산음료 맛. 호로요이 계열이다. 술보다는 음료수의 느낌으로 달다. 파인애플 향이 지배적인 편인데, 파인애플 주스를 먹는 느낌은 아니고 다른 향들과 조합이 나쁘진 않다. 개인적으로 과일맛 음료수나 칵테일을 잘 못 먹는데도 단맛을 제외하고는 크게 거부감없이 넘어가긴 했다.
잔에 따르면 탄산이 꽤 전투적으로 올라온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너무 달다고 안좋아할 것 같고, 호로요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맘에 들어할 것 같다. 난 너무 달아서 한 병을 비우는 것은 무리였다. 여기서 향을 남기고 당도를 빼면 내 입맛엔 더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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