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냉동샌드위치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더위에 지쳐 찾아들어간 카페에서 점심도 떄울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6500원이라는 가격에 잠시 망설였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반쯤 포기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15분 가량 걸린다는 점원의 안내에도 그저 해동에 그만큼 시간이 걸리나보다 했다. 진동벨이 울리고 샌드위치를 받아왔을 때는 비주얼이 의외로 실하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의심했다.
샌드위치에 까다롭다면 까다로운 편이다. 퍽퍽하거나 질척한 빵, 소스에 절여지거나 부실한 속에 지쳐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가급적 사먹고 싶지 않다. 간혹 예기치않게 균형잡힌 샌드위치를 만나면 보물을 찾은 것 같다. 엔젤리너스 반미 샌드위치가 그랬다.
냉동샌드위치가 아니었다. 매장에서 주문즉시 직접 만든다. 주문을 받은 점원은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샌드위치의 메뉴얼이 완벽하거나 혹은 오늘 나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준 점원이 금손인 것 같다. 빵에 내용물이 꽉꽉 들어찼지만, 먹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바게트치고는 물렁한 빵이지만 샌드위치용으로는 이게 낫다. 잘 씹히지만 지나치게 물렁하지 않다. 바게트가 딱딱하다거나 입천장이 까진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분들도 거부감이 없을 듯한 식감이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속이 훨씬 알차게 차있다. 부드러운 계란프라이와 토마토, 양상추에 무엇보다 햄이 정말 꽉꽉(!!) 들어있다. 오이는 딱 알맞은 상큼함을 줄 정도로 들어있지만, 오이를 못드시는 분은 미리 빼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소스는 많이 든 편이 아니다. 소스보다 튼실한 속재료들로 맛을 내는 샌드위치다.
나는 성인평균보다 양이 많은 편이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배가 부르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2/3쯤 먹다보니 슬슬 배가 불러왔다. 두툼한 빵과 가득든 햄이 포만감을 주는 것 같다. 웬만한 성인남성이라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 같고, 양이 작은 분들은 다 못 드실 것 같다.
엔젤리너스의 실수같은 샌드위치다. 뭐하냐 이거 홍보 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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