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포켓팅에 실패한 후 내심 아쉬움이 남았는데, 요즈음 제철맞은 감자가 저렴하게 나오기 시작해서 5kg 한 박스를 구입했다.
감자를 샀으면 감자요리 한 번쯤은 하는 것이 인지상정. 포켓팅이 한참일 때는 갈아만드는 감자전이 먹고 싶었으나 날이 이미 한여름이라 감자사라다로 마음을 바꿨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감자요리는 매시드 포테이토(mashed potato)이다. 고백하자면, 나이 서른 먹어 매시드 포테이토를 처음 먹어 봤다. 그 전에는 그저 집에서 흔하게 먹던 감자사라다와 같은 음식일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매시드 포테이토는 그보다 훨씬 고운, 퓨레 혹은 미음에 가까운 식감으로, 따뜻하게 서빙된다. 아무런 저항없이 혀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식감에 반해 한동안 마트에서 냉동 혹은 분말 상태의 매시드포테이토를 쟁여놓고 먹기도 했다. 매시드 포테이토는 삶은 감자에 버터와 우유(혹은 크림)를 섞어 으깨 점성을 맞춘다. 치즈를 함께 녹여서 풍미를 더하기도 한다.
매시드 포테이토 만드는 법
- 소금물에 감자를 넣고 약 15분 가량 삶은 뒤 물기를 말린다.
- 원하는 점도에 도달할때까지 녹인 버터와 데운 우유를 섞어가며 감자를 으깬다.
-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매시드 포테이토를 만들 때에는 보슬보슬한 질감이 두드러지는 '러셋' 감자를 주로 이용한다. 전분함량이 높은 한국의 감자로는 사실 아무리 으깨도 매시드 포테이토의 크리미한 식감을 내기 어렵다. 내가 해외 생활을 하고서야 최초로 매시드 포테이토의 맛을 알게 된 것은 다 그런 까닭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감자샐러드'라고 지칭하는 감자사라다는 매시드 포테이토의 일본식 변형일거라 짐작할 뿐이다. 사실 미국에서 포테이토 샐러드(potato salad)라고 하면 감자를 으깨지 않은 상태로 드레싱에 버무린 음식을 가리킨다. 종종 '트래디셔널' 혹은 '올드패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며, 삶은 계란이나 베이컨, 샐러리, 양파, 버섯 등의 부재료를 넣어 푸짐하게 만든다.
포테이토 샐러드 만드는 법
- 감자는 소금물에 약 15분간 삶아 껍질을 제거하고 물기를 말려 깍둑썰기한다.
- 삶은 계란, 셀러리, 양파, 베이컨, 버섯 등의 부재료를 모두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마요네즈와 머스타드 소스로 버무린다. 취향껏 사워크림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고 차갑게 해서 먹는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즐겨먹는 으깬감자에 계란과 양파, 오이 등을 섞어 만드는 감자사라다는 매시드포테이토와 포테이토 샐러드가 결합된 형태 같기도 하다. 나에게도 감자사라다는 유년시절 냉장고를 채우던 엄마의 맛으로 기억에 저장되어 있다. 익숙한 맛이 가장 좋은 법이라, 내 취향껏 오이와 양파가 잔뜩 든 감자사라다를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 매시드 포테이토의 기억을 살려 버터를 잔뜩 넣었다.
내 맘대로 감자사라다 만들기
1. 감자는 소금물에 삶는다
재료를 삶을 때는 반드시 소금물에 삶는다. 소금물의 맛을 봤을 때 앗 짜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넣어야 한다. 감자뿐만 아니라 옥수수를 삶을 때도 마찬가지. 감자사라다는 물론 매시드포테이토나 포테이토샐러드를 만들 때에도 너무 큰 감자보다는 계란크기가 딱 좋다. 그래야 15-20분이면 다 익는다. 나는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으깨기 편하도록 껍찔을 미리 벗기고 쪘다.
2. 버터를 넣어 으깬다
감자의 물기를 잘 말린 후, 취향껏 버터를 넣어 으깨준다. 보송보송한 사라다를 만드려면 물기제거는 기본이다. 감자으깨기가 없다면 숟가락보다는 포크를 이용하는 것이 더 잘 으깨진다.
3. 부재료를 넣어 마요네즈와 함께 버무려준다
준비해둔 부재료를 넣어 마요네즈를 충분히 넣고 섞어준다. 나는 양파와 오이만 잔뜩 넣었다. 양파는 미리 다져서 물에 10분 정도 담가 아린맛을 빼준다. 오이는 소금에 절인 다음 물기를 꼭 짜준다. 삶은 계란이나 베이컨 등을 첨가해도 좋다.
4. 차갑게 보관해서 먹는다
완성된 감자사라드는 냉장보관하여 차갑게 먹는다.
부드러운 식빵이나 모닝빵에 끼워넣어 샌드위치로 먹는 건 탄수화물의 민족이 사랑하는 국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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