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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ie's Guide - 미국편

클램차우더는 샌프란시스코의 특색있는 음식이 아니다 (부제: 보딘Boudin은 맛집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여행 하지마라 시리즈 2편. 오늘은 제발 클램차우더에 집착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다. 샌프란시스코의 햄버거에 대해 쓴 이전편은 아래 링크 참조.

 

샌프란시스코에서 햄버거를 꼭 먹어야만 하겠다면 - 수퍼두퍼/인앤아웃/소살리토 나파밸리버거

샌프란시스코의 대표맛집으로 수퍼두퍼가 손꼽히는 걸 볼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미식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랜차이즈 햄버거라니. 사실 3-4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라면 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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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하면 클램차우더! 클램차우더 하면 보딘(Boudin)! 이라는 공식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의 웨스트코스트 연안 도시들은 저마다 클램차우더를 내새우긴 한다. 모두 사워도워볼에 담긴 클램차우더를 내놓는다. 사실 서부 해안 도시 가운데 정말 클램차우더가 유명한 곳은 샌프란보다는 오히려 시애틀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웨스트코스트의 클램차우더는 동부의 뉴잉글랜드 클램차우더와 같은 형태이고, 심지어 조개도 대부분 동부산을 쓴다. (이전글 참조: 2020/06/25 - [Foodie's Guide - 미국편] - [해외음식칼럼/번역] 클램차우더는 서부 해안 지역이 최고인가?) 생각보다 그렇게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샌프란의 클램차우더는 동부의 클램차우더와 별 다를 바가 없다

웨스트코스트의 도시 가운데서도 클램차우더로 가장 유명한 곳은 샌프란보다는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Pike Place  Chowder)가 아닐까 싶다. 웨스트코스트의 숱한 클램차우더 식당 가운데서 넘버원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곳이다. 클램차우더와 랍스터롤이 주력인 곳인데, 언제가든 기본 30분 이상의 웨이팅은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클램차우더는 그냥 클램차우더 맛이라, 그렇게까지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음식인지는 모르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 전역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국내에서도 흔해진 뉴잉글랜드식 클램차우더일 뿐이다. (뉴잉글랜드식은 우리가 클램차우더하면 바로 떠올리는 하얗고 크리미한 스프이고, 맨하탄식은 여기에 토마토를 살짝 첨가하여 분홍빛을 띤다)

더구나 샌프란은 생각보다 해산물 접근성이 좋은 곳이 아니다. 의외로 한국의 항구 도시처럼 신선한 해산물이 도처에 널려있거나 해산물 요리가 발전한 곳이 아니다. 유명한 해산물 레스토랑을 포함해서, 샌프란에서 오히려 신선한 해산물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오이스터 바에서 한 피스에 2천원을 호가하는 수입산 굴이 가장 신선하다. 통영산 굴도 많이 판다 그 중에서도 보딘은 최악이다. 아마 캔스프를 쓰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개의 신선도가 떨어져 클램차우더에서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 특히 사워도워볼로 시키면 대부분 다 먹지도 못하고 남긴다. 정 클램차우더가 맛보고 싶다면 다른 레스토랑에서 에피타이저 용으로 가장 작은 컵을 하나 시키고, 사워도워가 먹고 싶으면 타르틴을 가자. 보딘은 나를 믿고 걸러도 좋다. 

피셔맨스와프에서 식사를 한 만한 장소로는 보딘보다 부에나 비스타(Buena Vista)를 추천한다. 식사가 아니라도 아이리시 위스키를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지만, 이곳의 가벼운 식사메뉴들도 호평이다. 단 언제나 붐비는 편이라 테이블에 앉으려면 웨이팅이 조금 있을 수 있다. 아주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다. 해산물이 먹고 싶다면, 조금 걸어서 피어39의 포그 하버(Fog Harbor)로 이동하길 권한다. 클램차우더도 이곳이 훨씬 낫고, 내가 다녀본 샌프란 해산물 레스토랑 가운데에서는 가장 신선한 재료를 쓴다. 단품메뉴들도 전반적으로 준수하지만, 던지니스 크랩이 포함된 Seashell platter가 추천메뉴. 식사시간에 가면 30분-1시간 정도 웨이팅이 있으니 오픈테이블로 미리 예약을 걸어두자. 아, 한국 여행객들은 여기서 주로 튀김메뉴를 시키던데, 튀김이 제일 별로다. 간혹 피어39에 가서 굳이 부바검프를 가시는 분들도 있는 거 같은데... 안타깝다. 제발 그러지 말자. 

특색있는 서부 해물 요리가 먹고 싶다면 차라리 치오피노(cioppino)를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웨스트코스트의 특색있는 해물요리는 클램차우더보다는 치오피노(cioppino)가 아닐까 싶다. 미국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만들어낸 이 요리는 서부 해안 지역을 벗어나면 그리 흔하지 않다. 마침 샌프란의 이탈리안 타운에 정석적인 치오피노를 내기로 유명한 소토마레(Sotto Mare)가 있다.

 

안타깝게도 샌프란 사진 폴더를 날려먹어 사진이 이거 밖에 안남았다

한국분들께도 꽤 알려져 찾아가는 분들이 많은 곳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곳은 아닌게, 여기도 해산물이 그렇게 신선하진 않다. 언제 방문해도 조개가 비리다. 다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2인용 치오피노가 50불)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질 맛이라 지인이 방문하면 부담없이 소개할 수 있다. 실내가 살짝 어수선한 편이긴 하지만, 어른들을 모시고 방문해도 좋아하실 맛이다. 매운탕에 토마토소스를 섞은 맛. 첫맛은 살짝 비리지만, 먹다보면 육수가 굉장히 탄탄하다는 게 느껴진다. 식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다. 

 

샌프란 하지마라 시리즈는 아마 두세편 정도 더 발행할 듯하다. 한국인 여행객 식사 동선이 이제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으로....